Exhibition 2021.03.09 ~ 2021. 03.31 김다원, 박서이 전 GS건설 갤러리시선
자연을 혼돈/무질서로 보는 양상은 르네상스 시대에 생겨난 자연에 대한 인식이다. 이성을 빛으로 찬양한 계몽사상에 의해서는 계몽되지 않은 상태인 비이성이 빛이 비치지 않는 밤 상태로 해석되면서, 밤과 그것의 이미지를 지닌 현상은 “계몽되지 않은 인간의 본성(Nature)”과 함께 억압당했다. 18세기를 지나면서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는 양상이 현저해지다가 후반에 최고조에 달하게 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정치가만이 아니라 성직자와 일반 시민의 위선, 게으름, 잔인함 등이 목격되면서 “이성”의 알레고리인 빛의 반대로써 “어두운 쪽”이라고 억압당하던 “밤”을 동경하고 찬양하는 예술가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예술가들은 주로 낭만주의자들이다.김다원 작가의 밤 장면은 모두 잠들어 조용히 산책할 수 있고 쉴 수 있는 시간인 실제의 밤이라기보다는 낭만주의자들에게서처럼 “어둠”의 상징으로서의 밤에 가깝다.
김다원 작가의 작품은 검은색 잉크, 수채 및 아크릴물감, 연필, 볼펜 등을 사용해 제작한 흑백 드로잉이다. 바탕색이 검은색이나 그것에 가까운 어두운색일 경우에는 밝은색으로 표현된 양치식물, 굵기와 모양이 다양한 나무줄기나 넝쿨, 갈대 같은 가늘고 긴 잎 등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처럼 배경이 어두운 색의 물이나 정글에 가까운 숲으로 그려졌을 때는 식물과 함께 물고기나 새의 형태도 주로 흰색으로 밝게 표현됐다. 반면 식물을 어두운색으로 그린 작품에서는 배경색이 이 형태들보다 밝은데, 이것은 대부분 달빛의 효과로 표현됐다. 김 작가의 화면은 강한 흑백 대조, 여러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서로 겹치고 뒤엉키게 그은 선들, 어두운 물에 비친 나무의 그림자나 물 위로 올라오는 화염 이미지 등을 통해서 분위기가 음산해 보이지만, 생명의 역동성을 표현하고 있다. 즉 김 작가의 작품에서 자연과 밤은 무질서의 세계이자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하고, 죽는 사이클이 일어나고, 또 그것이 반복되는 시간이자,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김 작가의 작품 중 특히 <Export> 연작이나 <Import> 연작, <Lead> 등에서 발견되는 물은 '어두운' 물이다. 이러한 모습의 물은 프랑스 철 학자 가스통 바슐라르가 “물질적 상상력과 연결해 설명한 물이다. 4 원소의 물질성을 "물질적 상상력" 개념으로 설명한 바슐라르는 물을 두 종류로 나눠 해석했다. 하나는 '나르시시즘을 일으키는 맑은 물, 봄 의 물과 흐르는 물'이고, 다른 하나는 깊은 물, 잠자는 물, 죽은 물’이 다. 그는 포우(Edgar Allen Poe)의 시 속에서 발견한 후자와 같은 물 의 이미지를 “역청(靑)의 냇물", "그림자를 흡수한 냇물"로 표현했 다." 바슐라르는 포우의 시 속의 물 이미지를 ‘물 위에 무겁게 드리운 나무들의 그림자를 빨아들여서 삼켜버려' '날마다 우리 안에서 죽어가 는 것에 무덤을 제공하는 심리학적 기능을 한다'라고 해석했는데, 이러한 물 이미지는 김 작가의 작품 속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김 작가의 작품에서 "그림자를 흡수한 어두운 물은 주검을 받아들이는 곳이기 도 하지만, 자연의 일부로서 생명체를 태어나고 자라게 하는 힘의 원 천이기도 하다.
김정희/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